여행자 명함 만들기

여러 여행 후기를 보다 보면 여행자 명함을 만들어서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은 길어봤자 3주 정도의 여행만 다니다 보니 명함에 대한 욕심은 있었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이번에는 명함을 들고 다니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만들기로 했다.

문제는 출국일을 며칠 앞두고는 명함 말고도 훨씬 중요하게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명함은 우선순위가 낮지만, 준비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특히 디자인의 ㄷ자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겐 더더욱.

 

어제 짐을 싸면서 친구와 통화를 했다. 여행 가기 전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명함이 생각이 났다. 친구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통화를 끊고 새벽에 급하게 한 시간을 투자해 명함 디자인을 했다.

 

무엇을 담고 싶은지는 명확했다. 이름과 SNS 정보들. 어떻게 담고 싶은지는 어려웠다. 여행자임을 가득 담고 싶었지만, 뻔하디뻔한 디자인만 떠올랐다. 지구 위에 서 있는 나. 지구를 들고 있는 나, 지구를 가방에 묶어 헬륨 가스 풍선처럼 들고 다니는 나.

 

’지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냥 여행자 컨셉을 빼 버리기로 했다. 얼마 전에 머리를 단발로 잘랐으니 흑백 단발 여자를 그려 넣고 내 이름을 넣었다.

색은 디자인 사이트에서 가장 처음 눈에 띄던 조합을 사용했다.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어쩌랴. 시간이 없다. 더군다나 인쇄를 위해 CMYK 모드로 변경했더니 더 어두워졌다.

 

뒷면은 글씨로만 가득 채웠는데, 지금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 내가 만든 디자인을 보니 오타가 나 있다. 그것도 이름에.. ㅎㅎ급하게 만든 게 이렇게 티가 난다. 5초만 검수했다면 없었을 일이다. 오타를 덮기 위한 테이프를 하나 사야겠다. 나름 명함 받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겠지. 이름이 잘못 표기된 명함이라니..

 

출국일 4일 전에 명함을 인쇄하고 택배로 받아보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네이버 쇼핑에 명함 인쇄로 검색하고 가장 먼저 뜨는 업체에 주문을 넣었지만, 출국일 전까지는 받기 어려울 거란 답변을 받았다.

그냥 필리핀에 가서 좀 더 디자인을 고민해보고 인쇄를 맡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한 군데만 더 볼까 했던 곳에서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다.

 

글자에 아웃라인 처리가 필요하고, 여백이 들어가야 한다는 답변을 받아서 여기서도 기한 내엔 불가하겠다고 여겼는데 디자이너분이 직접 수정해주셨다.

아트지 250g 양면, 귀퉁이 라운드, 500매, 배송비까지 해서 20,500원이 들었다. 이름에 오타가 나서 버리는 돈이 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나를 표현하는 명함 중에서 가장 나를 알리는 명함이다. 오타를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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