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30] 바기오 성당 방문 / 엘리의 친구 만난 날 / 바기오 존헤이 파크

여덟 시가 조금 안 되어서 일어났을까. 일어나서 방 안에서 내 할 일을 좀 하다가 열 시 쯤 빅마마가 내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나가봤다. 물이 떨어져서 배달을 시켰는데 돈이 없어서 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400페소를 빌려주었고, 물 가격은 360페소, 우리나라 돈으로 7,000원 정도였다.

 

어제 산 브로콜리와 돼지고기 아도보를 섞어 반찬 삼아 아침을 먹었다. 아도보는 정말 맛이 있어서 배가 불러도 먹게 된다. 비단 아보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필리핀 음식이 입에 맞아서 마지막 한 입만, 한 입만 하면서 계속 먹게 된다. 내 주변 필리핀 사람들이 전부 다 잘 먹기도 해서 그 영향도 받는 듯하다.

 

 

아침을 먹으며 빅마마와 애폴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애폴이 오늘 중고 옷을 팔러 시내에 간다고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나는 좋다고 바로 따라나섰다.

집 앞에서 지프니를 기다리는데 어제 만났던 개를 다시 만났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개지만 뭔지 모르게 정이 갔다. 애폴은 주인이 없는 떠돌이 개인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데 누가 봐도 털이 잘 정돈된 다른 개가 나타났다. 인간의 머리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마음 속으로 외쳤지만, 나도 모르게 떠돌이 개에게 연민이 갔다.

 

 

구매자와의 약속 시각은 한 시였는데 필리핀 시간은 여기에도 적용이 되었다. 한 시 반 정도에 구매자를 만났다. 거래는 우리나라 중고거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연락하고 만나서 돈과 물건을 교환한다. 이번 구매자는 물건을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돈만 주고 순식간에 떠났다.

 

애폴은 패션에 관심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 스타일을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팔로잉하고, 유튜브로 우리나라 춤 영상을 보며 패션을 따라 한다. 패션을 좋아하는 만큼 옷도 많이 사는 편이다. 또 안 입는 옷이 생기면 중고로 판다. 오늘 판 휠라 맨투맨은 150페소로 사서 500페소로 팔았다.

 

짧은 중고거래를 순식간에 마치고, 우리는 시내를 서성이기로 했다. 오후에 엘리와 엘리의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고 서점을 향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같이 유명한 서적이 많이 있었다. 영어 공부를 위해 해리포터 책을 사볼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해리포터 책은 찾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대형 중고 서점처럼 크지도 않을뿐더러 어떤 규칙에 따라 정리가 되어있던 것도 아니고, 검색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더 찾기가 어려웠다. 지금 가지고 있는 두 권의 영어 서적을 다 읽으면 다시 한번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서점을 한 바퀴 돌고 바기오에서 가장 큰 가톨릭 성당으로 찾았다. 원래는 바기오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 중 하나이자 가톨릭 대학인 SLU 대학이 있던 곳인데, 자리를 옮기면서 성당만 남았다고 애폴이 설명했다. 성당에는 많은 사람이 와서 기도를 올렸다.

 

난생처음으로 성수로 십자가를 그리기도 했다. 크기도 컸고 외부, 내부 전부 아름다웠다.

 

 

엘리와 엘리의 친구들을 만났다. 프린세스와, 파볼로였다. 우리는 존 헤이 공원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존 헤이 공원에는 스타벅스가 두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바기오에서 가장 오래된 스타벅스다. 지난번에 갔던 존 헤이 공원에 있는 스타벅스와는 다른 지점이다.

나는 모카 프라푸치노를 주문했고, 엘리와 프린세스는 커피 젤리가 들어간 프라푸치노를 주문했다. 커피 젤리가 신기해서 한 번 먹어봤는데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프린세스와 파볼로는 영어로 말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껴 대부분의 대화는 따갈로그어로 진행이 됐다. 나는 이해를 전혀 할 수 없었다.  아쉬운 점이다. 그들은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우리가 앉은 자리는 매장 밖에 지붕이 있는 테라스였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존 헤이 캠프장 안에서 비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시는 일은 상상하면 멋진 일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추운데 비까지 내려 더 추워서 감성을 즐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저녁 다섯 시 반에 우리는 일어나서 빅마마가 부탁한 식료품을 사러 마트를 가기로 했다. 시장을 거쳐 마트를 가는데 레드의 오빠 크리스와 그의 막내 딸을 만났다. 애폴과 엘리와 다니면서 이들의 친구를 바기오 시내에서 만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안 그래도 바기오는 참 작구나 생각했는데, 타지에서 온지 며칠 안 된 내가 이렇게 아는 사람을 마주치니 신기했다.

 

장을 보기 위해 도착한 마트는 가방을 맡기는 시스템이 수동이었다. 직원에게 가방을 주고 사물함 번호를 받는 방식이다. 좋은 점은 무료라는 것. 무조건 맡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에 혼자 왔을 땐 이런 시스템이 있는 줄 모르고 가방을 들고 들어갔었다. 또 고기를 사는데 봉투를 꺼내서 직접 고기를 골라서 사는 게 신기했다.

 

내일은 번함 공원에 온 가족이 소풍을 나가 돗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으며 배드민턴을 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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