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31 필리핀] 비오는 날, 빗소리와 영화

열 시가 안 되어 일어난 듯하다. 어제 애폴이 운동을 하라며 덤벨을 줬다. 유튜브를 보며 나름 운동을 한다고 하긴 했다. 그러곤 바로 침대에 드러누워서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원래대로라면 오늘은 다 같이 번함 공원에 가서 배드민턴을 치기로 한 날이다. 그런데 나부터가 빈둥빈둥대며 11시 40분이 되어서야 방문을 열었다.

문제는 다들 늦게 일어나거나, 일찍 일어났어도 게임을 하며 빈둥댔다는 것이었다. 가장 늦게 일어난 빅마마는 이 사태를 알고 화를 냈다. 화낸 이유는 빅마마의 자식들이 밥을 해놓지 않아서 내가 굶어서 그런 것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괜히 머쓱해졌다.

 

 

다 같이 게으른 우리는 거실을 번함 공원이라고 여기며 세시에 아점저를 먹었다. 오늘은 반찬이 많았다. 어제 남은 브로콜리 아도보와 닭고기, 판싯을 먹었다.

식사를 하며 애폴이 오늘 비가 올 것 같으니 배드민턴 치러 못 갈 거 같다고 말을 했다. 사실 비가 안 와도 이미 너무 늦어서 갈 수가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긴 했다.

 

 

식사를 마치고 애폴이 nas라는 브이로거를 아냐고 물었다. 여행을 주제로 영상을 만드는 브이로거인데 1분짜리 영상을 만들고, 필리핀 영상도 있다고 말했다.

내가 모른다고 답했기에 우리는 같이 그의 영상을 보았다. 그는 필리핀의 특징으로 필리핀 사람들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 가난한 마을이 있다는 것, 저렴한 물가, 기가 막힌 자연 풍경 등을 꼽았다.

하지만 내가 짧은 기간 필리핀에 머물면서 들은 바로는 ‘가짜 친구’가 요즘 날 필리핀의 문제라고 했다. 앞으로는 친한 척을 하지만 뒤에서는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가짜 친구라고 부른다고 했다.

가난한 마을은 어떤 특정 마을을 꼽진 않았지만, 내가 몇 달 전에 방문했던 톤도로 추정이 되었다. 그는 크지 않은 돈으로 1,000명의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며 이야기했다.

저렴한 물가로 술과 파티를 즐길 수 있고, 팔라완의 아름다운 풍경을 비추기도 했다.

 

 

꽤 재미있어서 그가 만든 한국에 대한 영상도 보았다. 한국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그가 알고 있던 것은 싸이의 강남스타일뿐. 그는 강남을 즐겼다. 남한과 북한의 차이를 비교하기도 했고, 한국의 특이한 나이 문화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의 영상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기엔 좋아 보였다. 몇몇 영상을 보았는데, 아르메니아를 소개한 영상이 기억에 남아서 정보를 좀 더 찾아볼 예정이다.

 

 

그렇게 영상을 보다가 한 부족을 설명한 영상까지 보게 되었고, 그러다가 잔인한 부족을 소개로 한 영화 미리 보기 영상을 보았다. 그러다가 엉뚱하게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영화를 애폴과 나, 엘리와 뎀보가 보게 되었다.

한글 자막이 없어서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미 본 영화에 책까지 읽어서 보는데 재미는 있었다. 그러는 와중 정말로 비가 왔다. 빗소리를 들으며 영화를 보는 건 낭만 있었다.

 

영화를 끝내고 또 영화를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애폴은 그 사이에 외할머니댁으로 가고 우리는 영화를 더 즐기기 위해 사리사리 스토어로 과자를 사러 나섰다.

비는 꽤 잦아들었기에 다들 후드가 달린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가장 가까운 사리사리 스토어는 길이 공사 중이라 진흙투성이였기에 좀 더 걸어서 다른 사리사리 스토어로 향했다.

필리핀엔 사리사리 스토어가 정말 많아서 20 발자국만 더 걸어도 다른 가게가 나온다. 내가 콜라와 감자 칩을 샀고, 엘리가 다른 과자들을 더 샀다.

 

 

집으로 와서 빅마마와 더치까지 합세해서 영화 ‘서치’를 보았다. 다행인 건 한국어 자막이 있었고, 영어로 말하는 영화였다는 것. 범인을 찾는 스릴러 영화였는데 영화 중간에 뎀보가 범인을 맞췄다. 천재인 줄 알았다.

서치까지 끝내고 약간 피곤해하고 있는데, 빅마마는 영화를 더 원했다. 무엇을 볼까 하면서 찾다가 우리는 전부 떨어져 나갔고 빅마마만 무슨 영화를 볼까를 한 시간이 넘게 검색하다가 마음에 드는 영화를 찾지 못해 포기했다.

 

 

이 집은 정전이 잘되는 필리핀 특성상 햇빛을 잘 받도록 천장을 뚫어놓고 해가 통하는 철판을 깔아놓았다. 비가 내리니 빗소리가 듣기 좋게 울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영화를 본 오늘을 잊지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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