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33 필리핀] 바기오 최고 축제 준비 구경 / 고등학교 구경 / 정전의 날

아침에 일어나니 핸드폰이 충전이 안 되고 있었다. 충전선 문제 인가 하고, 무시하고 핸드폰을 만지는데 너무 느려서 확인해보니 와이파이 연결이 안 되어있었다. 그동안 데이터를 쓰고 있었다니 하며 충격을 받고 와이파이를 켜려는데 깨달았다. 정전이다. 또.

 

화장실에 가서 씻고 나오니 빅마마가 오늘 수업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빅마마는 정전이 오후 5시까지는 유지될 거라 말하며 4시에 수업이 있다고 했다. 원래는 오늘 도서관에 가려고 했는데, 빅마마가 핸드폰 데이터가 없다며 내 핸드폰을 빌려줄 수 있겠냐고 물어서 또 도서관 계획을 취소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집에 잠시 들린 뎀보가 더치가 오늘 오전에 뉴스에서 정전 예보를 했다는 걸 말해줬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전이 예보되었다고 했다.

 

그러고선 빅마마도, 나도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건 세 시쯤이었다. 아직도 정전이었지만 노트북 배터리는 있어서 나는 블로그 글쓰기를 했고, 빅마마는 내가 준 영화를 보았다. 네 시가 다 되어갈 무렵 내 핸드폰을 빅마마에게 건넸다. 

 

빅마마는 바로 핸드폰을 받지 않고, 본인의 포인트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빅마마와 나는 모두 글로브(GLOBE) 통신사를 이용한다. (정확히는 빅마마는 글로브 통신사 아래에 있는 TM 통신사를 이용) GLOBE에서 가끔 내 포인트가 얼마 남았다며 문자를 보내줬는데 뭔지 모르고 대수롭게 넘겼었다. 빅마마에게 포인트로 무엇을 할 수 있냐고 물으니 전화나 문자, 데이터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나중에 필리핀 생활의 막바지가 될 때쯤, 충전을 하지 않고 포인트를 사용하면 좋을 듯하다.

 

나는 어제 데이터를 1기가 충전해서 데이터가 충분했기에 내 핸드폰을 사용하라고 권했다. 빅마마는 고맙다며 받아들고 학생에게 문자를 먼저 보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게 물었다.

“핸드폰으로 수업하면 화면이 작아질 테니깐 미리 학생에게 말해놔야겠지?”

 

나는 빵 터졌다. 그건 학생이 보는 화면 크기하고 상관이 없다고 말을 해줬다. 대신 와이파이가 아닌 데이터를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느릴 거라고는 미리 말해두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빅마마는 화면이 상관이 없는 게 맞냐며 확실하냐고 재차 물었다.

그리곤 속도에 대한 내 조언에 수긍하며 데이터를 사용할 거라고 학생에게 말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한국은 데이터도 빨라서 그렇게만 말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학생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답했다.

 

하지만 네 시가 되어도 학생에게 답변이 오진 않았다. 빅마마는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우리는 다행이라며 환호했다. 하지만 전화를 걸고 25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규칙이 있어서 우리는 같이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밖에서 악기 소리가 들렸다. 바기오에는 2월에 꽃 축제가 크게 열리는데, 학생들이 축제를 위해 준비하는 소리라고 빅마마가 말해줬다. 그러면서 나보고 가보고 싶냐길래 주저 않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뎀보와 더치의 학교였다.

 

25분까지 기다린 후, 핸드폰을 받아서 나왔다. 가는 길에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메모리 카드를 두고 와서 집에 다시 들렸다 나오는데 더치를 마주쳤다. 더치는 학교에서 농구를 하고 있던 중이었고 목이 말라서 집에 잠시 들린 거다. 더치에게 너네 학교에 가려던 참이라는 것을 밝히니 더치가 같이 가자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더치를 기다리는 동안 집주변에 놀고 있는 동네 아이들을 구경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애들이 찍어달라고 해서 사진을 몇 장 찍고 보여주며 말은 안 통해도 같이 웃고 놀았다.

 

 

학교에 도착하니 학교가 참 작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홉 개의 학년이 있고, 전교생이 2~300명 정도 되는 학교다. 더치에게 연습하는 곳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커다란 실로폰과 북으로 연주하는 소리를 들었다. 잠깐 쉬는 시간에 두 명의 여자아이가 나에게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곤 옆에 있는 더치에게 물었다.

“너희 고모야?”

 

나도, 더치도 당황했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며 내 소개를 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작은 여자아이가 자신은 필리핀인, 한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법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길래 한국어로 답했더니, 이해하진 못했다.

 

내가 즐기는 동안 더치 표정이 좋지 않아 물어보니, 학교를 청소하시는 분이 더치에게 학교는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래서 자리를 뜨며 운동장에 있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들은 너도 나도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고, 또 받아줬다. 많은 수의 학생이 한국어를 외쳤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집에 도착하니 전기가 돌아와 있었고, 마마는 나에게 문자를 하려던 참이라고 말했다. 뎀보와 더치에게 양파와 쌀, 소스를 사 오라는 말을 전해주길 바랐던 거다. 난 내가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필리핀엔 사리사리 스토어가 정말 많아서 웬만하면 집 주변에 다 있다.

하지만 빅마마의 걱정은 어딜 가지 않는다. 정말 괜찮겠냐며 100번은 물었다. 나는 계속 괜찮다고 말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가장 가까운 사리사리 스토어에 가니 쌀이 두 종류가 있다고 했다. 필리핀 시장을 구경하면서 여기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오기 전에 빅마마에게 어떤 종류의 쌀을 원하느냐고 물었었다. 빅마마는 여기는 한 종류밖에 안 팔 거라고 해서 그냥 나왔었는데 말이다.

빅마마에게 문자를 보내니 첫 번째 쌀을 40에서 50페소 가격이면 사달라고 했다. 쌀의 가격은 57페소였기에 양파와 소스만 사고 다른 사리사리 스토어로 향했다.

 

 

아직 이 동네를 잘 모르지만, 사리사리 스토어를 찾아 나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냥 길을 걸으면 10m에 하나씩은 사리사리 스토어가 있다. 지난 저녁, 영화를 보며 먹기 위해 과자를 사러 엘리, 뎀보와 갔던 사리사리 스토어를 가려 했지만 찾지 못해서 바로 옆의 다른 사리사리 스토어를 갔다. 쌀은 한 종류였지만 55페소여서 다시 몇 발자국을 더 걸었다.

 

두세 군데 더 들린 사리사리 스토어에는 쌀이 팔지 않아 55페소의 쌀을 사곤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은 양파를 넣어 만든 빅마마의 수제 소스에 두부, 스위트피와 돼지고기 요리였는데 내 최고 중에 하나로 등극했다.

소스만 있어도 밥 세 공기는 뚝딱할 수 있을 만큼 맛이 있었고, 스위트피는 처음 듣고 보는 채소였는데 씹는 맛이 최고였다. 빅마마가 말하길 반 정도만 조리해야 이렇게 씹는 맛이 난다고 말했다.

 

 

밥을 먹고 방에서 쉬고 있는데 뎀보가 나를 불렀다. 불러서 가보니 빅마마가 한국인 학생과 수업 중이었다. 그래서 별 대수롭지 않게 또 날 소개해주려나 보다 하고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눴다.

알고 보니 그 한국인 학생은 영국에서 공부를 하는데, 지갑을 잃어버려 빅마마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나는 여행 경험이 몇 번 있고, 도난 경험도 있으니 빅마마가 나를 학생에게 소개해준 거였다.

 

나는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빅마마는 언제나 그렇듯 투머치 걱정을 했다. 그 학생은 지갑 이야기를 하다가 필리핀 여행 계획이 있다며 내게 필리핀이 어떻냐고 한국어로 물었다. 학생은 뉴스에서 많이 접하는 필리핀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사건/사고를 우려하는 듯했다. 나는 아직까지 체감으로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나는 되려 영국 생활에 관해 물었다.

 

한국 학교를 휴학하고 영국에서 어학원을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교육비, 생활비를 다 포함해서 한 달에 최소 400만원이 든다고 했다. 나는 필리핀 어학원은 5개월에 100만 원이라고 답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빅마마의 걱정은 끊이지 않았다. 아마 내일까지 이어질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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